냉장고 속 아버지 외 1편 (습작시)
- 최초 등록일
- 2006.10.24
- 최종 저작일
- 2006.1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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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개글
직접 쓴 시
목차
냉장고속 아버지 외 1편(외로움에 대한 단편들)
본문내용
냉장고 속 아버지
아버지가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셨다. 냉장고 문을 꼭 걸어 잠근 아버지. 문을 열어주세요. 우리는 배가 고파요. 채워질 수 없는 허기를 한 숟갈 퍼서 동생에게 내밀었다. 자궁에서 뿌리뽑힌 동생은 자꾸만 냉장고 문을 두드린다. 동생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한 움큼씩 작아지는 냉장고. 그르렁 그르렁 새어나오는 아버지의 울음소리를 받아먹었다. 곰팡이 슨 기억들이 위에서 소화되지 못하고, 발갛게 부어오른 목 너머로 멍든 위액이 출렁거린다. 아버지 거기서 무얼 하세요? 축축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고, 쓸쓸하게 얼었던 동생의 영혼이 녹아서 저수지로 흘러간다. 고여서 썩어 가는 동생의 영혼을 한 컵 퍼서 냉장고 앞에 놓았다. 문이 열리고 젓가락 같은 아버지가 걸어 나왔다. 동상에 걸린 아버지의 전 생애가 컵 속으로 들어가서 차갑게 녹아 내렸다.
외로움에 대한 단편들
1
바람도 없이 외로움이 우수수 떨어졌다
외로움은 제 각각의 빛깔로 길을 걷기도 하고
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
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
이미 자생력을 가져버린 외로움이 홀씨처럼 떠다녔다
2
사람들이 돈을 맛있게 씹어 먹었다
콘크리트 바닥에 꽃씨를 뿌리는 사람을 목격했다
합성색소와 합성향료로 조리된 시를 읽었다
그 날, 나는 외로움을 탄 소주를 마셨다
외로움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
외로움의 중독증상이 현저하게 나타났다
참고 자료
없음